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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살았을 때 생긴 일/러시아에서 생활하기

모스크바의 겨울

모스크바의 겨울이 생각보다 춥지는 않다. 한국과 비교하면 어떤지 벌써 까먹었다. 지난 학기 학교 엄마들의 러시아어 선생님은 러시아인, 소위 고려인인데, 영하 15도는 되어야 춥다고 할 수 있단다(추운 걸 좋아하는 편이시라고...). 올 겨울에 그 정도로 내려간 적은 지난 1월 20일이 끼어있던 주였던 것 같다. 그 때 말고는 그냥 다닐만 했다. 

내가 작년 2월 23일에 여기에 도착했는데 그 즈음 모스크바 온도가 영하 20도였다. 그 한 달 전에 한국에서 그 온도를 지내봤던 나로서는 그 추위때문에 세탁기를 판매하는데 지장이 있었다는 불편함이 생각날 뿐 그냥 다닐만 했고 따뜻해져서 0도가 되니까 덥다는 생각마저 들었었다. 


여기는 눈이 자주 오기도 하고 눈이 겨울이 끝날 때까지 쌓여 있다. 한국은 모스크바보다 좀 따뜻해서 눈이 별로 안 오는 것 같다. 작년 3월말까지도 눈발이 날렸는데, 딱 4월 1일이 되니까 비가 오기 시작했었고, 보름쯤 후에는 일부 상시 그늘진 부분만 빼고는 눈이 다 녹았었다. 아! 모스크바는 이런 점이 다르구나! 했다. 

작년 10월 초쯤 밤 사이에 눈이 조금 내린 것을 아이들이 등교하면서 신기한 듯 만지곤 했었는데, 11월 중~하순 쯤 눈이 한 번 쌓이니까 그 다음부터는 눈이 계속 쌓여 있다. 


  눈을 치우는 러시아의 규모는 어떤 때는 감탄이 나온다. 눈을 치우는 임무를 맡은 사람들이 구역을 나눠서 자기 구역의 눈을 치우도록 한단다. 삽으로 할 때도 있고 염화칼슘을 뿌릴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염화칼슘 덩어리를 떨어뜨려놓고 가면 지나가는 아이들이 밟아서 부수게 하기도 한다. 어쩌다 한 번씩은 넓은 길에는 청소차가 다니면서 눈을 치우기도 하고 한쪽으로 방향이 비스듬하게 틀어져있는 둥근 부분을 바닥에 대고 지나가면 차 앞에 있던 눈들이 차 옆으로, 즉 길 옆으로 눈이 치워지게 하는 차가 지나가기도 한다. 도로든 인도든 염화칼슘을 차가 지나가며 뿌리기도 한다. 가끔 벌어지는 진풍경은 트럭같은 차가 거의 일렬로 큰 도로를 나란히 빠르게 지나가면서 청소하는 장면이다. 그런 걸 볼 때는 탄성(?), 감탄(?)도 나온다. 눈은 치워야겠는데 옆으로 치워놓는 게 적당하지 않으면 차 짐칸(눈이 녹아도 괜찮은)에 눈을 실어서 다른 데 가져가 버리기도 한다. 내가 사는 곳이 중심가가 아니라 그랬는지 나는 아직은 못 봤는데 어떤 때는 눈을 퍼서 담으면 눈을 즉시 녹일 수 있는 차와 함께 눈을 치우는 경우도 있단다. 지붕에 있는 눈을 치울 때는 아래쪽에 꼭 사람이 있어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을 맞지 않게 한다. 


맑을 때는, 그리고 안되겠다 싶을 때는 눈이 계속 오는데도 사람들이 자주다니는 길과 건물 지붕에 있는 눈을 치우곤 하는데 그래도 안 치워지는 눈은 살짝 녹았다 얼었다 하면서 얼음이 된다. 그런 눈은 오늘처럼 영상으로 온도가 높아진 날 사람들이 얼음까지 깨면서 묵은 때를 제거하듯이 묵은(?) 얼음을 제거한다. 이런 날은 눈이 많이 녹아서 흐르는 물이 배수구로 흘러가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하고 물웅덩이도 많아져 발등까지는 방수가 안되는 신발 신고 나갔다가는 방수되는 신발이라도 신발 안이 젖기 일쑤다. 그래서 얼마 전에 작은 아이의 신발을 발등까지 방수되는 걸로 하나 더 샀다. 모스크바는 12월 말부터 2월 말까지 옷, 가방, 신발 가게등이 엄청나게 할인을 많이 하니까 올해 10월부터 입힐 옷, 특히 스키복을(비싸면서 필수품이니까) 미리 사두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이런 때는 녹는 고드름에 머리를 맞아 크게 다칠 수 있으니 건물 밑으로는 안 다니는 게 좋단다. 그리고 날이 이렇게 풀리면 겨울동안 눈 속에 갇혀있던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활동을 재개해 감기, 독감, 장염, 수두 등 각종 전염병이 많이 도니 아이들의 위생관리를 잘해줘야 한단다. 


이번 겨울은 그 일년 전 겨울보다 덜 추웠던 모양이다. 아이들 학교에 있는 시소 주변에 쌓여있는 눈이 지난 겨울에는 아이들이 앉는 의자까지 쌓여 있었는데 이번 겨울에는 작년에 봤던 것의 절반밖에 없는 거다. 그 얘기를 들은 다른 어머님이 이런 얘기를 하신다. 지난 겨울에는 한번은 눈이 엄청 왔단다. 진짜 무슨 일이 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며칠동안 눈이 많이 온 적이 있었단다. 모스크바 시내는 눈이 많이 쌓여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 치워지는 편인데 시골에서는 그렇게 눈이 많이 오면 문 앞이 막혀서 안 열리는 때도 있단다. 더군다나 그 때는 눈도 10월 초부터 왔었단다. 하긴 아까 언급했던 러시아어 선생님도 겨울 날씨가 너무 따뜻해서 내년 농사에 영향을 미칠까봐 걱정을 하시더라.


러시아는 난방을 무료로 해준다. 한국인이 무척 부러워하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손을 바둘바둘 떨어가며 간신히 난방을 트는데 말이다. 10월경부터 4월말 전후까지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난방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가 아마 반대 순서로 끄갰지. 연속으로 밤 온도가 5도 이하인 날이 3일(?), 5일(?)이상 계속되면 틀어준단다. 그래서 좀 추워진 것 같으면 아줌마들은 언제 난방 들어오나...하고 라디에이터를 계속 만져보는 모양이더라. 좀 추워진 것 같은데도 난방을 안 틀어주면 할머니들이 항의 전화를 해서 좀 더 일찍 틀어주기도 한단다. 4월말~5월 초 쯤 난방이 끊기면 그 때쯤 감기에 걸리는 사람도 많아져서 그때를 대비해 전기로 켜는 라디에이터를 구비해 놓기도 하는데, 이 집에는 그런 게 있나 모르겠다. 

참고로 온수는 계속 나오는데 난방 끊어지고 얼마 안되어 일주일 정도 온수가 안 나온다. 그 날이 오기 전에 날짜가 적힌 안내문이 게시되면 그런 내용인가보다...하고 번역기를 들이대서 읽어보는 게 좋다. 그 때는 샤워하기가 힘든데, 목욕탕이 없으니 나와 동시에 온수가 끊기지 않는 이웃이 있는 운이 있다면 상부상조할 수도 있으나 그런 때를 대비해 순간 온수기를 구비해두거나 그런 장치를 특정한 사람만 작동할 수 있게 하는 경우가 있다하니 주인에게 물어보면 될 것 같다. 이 역시도 우리집에는 있나???모르겠다.

집 안에 있으면 어떤 때는 너무 덥다. 온도를 조정하는 게 집 안에 있는 경우도 있는데 잘 고장나는지 건드리지 말라고 할 때가 많단다. 이번 집에는 부동산 중개인도 그런 게 어디 있는지 몰라서 차라리 창문을 열라고 하더라. 집에 따라서는 추운 집도 있나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라면서 문풍지를 창문에 대는 집도 있다. 


러시아에서는 외투가 두꺼우니 가끔 식당에 가면 외투를 문 입구와 가까운데에 있는 보관소에 맡겨두고 들어가게 한다. 학교에도 아이들이 벗어 놓은 옷을 넣어두는 개인 사물함이 있다. 한국인에게는 그런 문화가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