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떠나서 새로 집을 얻어야 하기도 하고(먼저 떠난 남편이 구해 놓음.) 그 집에 들어갈 물건들도 새로 구해야 하는데 냉장고, 세탁기 같은 큰 가전을 구하는 것이 제일 걱정이 되었다. 그래도 러시아로 떠나기 전에 '당근마켓'이라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중고나라'라는 넓디넓은 데서 헤멜 뻔했다. 당근마켓은 근방에서 나온 매물만 보여주니까 물건을 픽업해오기도 쉽다. 러시아로 떠나기 전에 중고나라에서 이것저것 찾다보니 결혼을 하느라 집 안에 있는 큰 물건들을 30만 원에 모두 판다는 것도 보긴 했지만, 우리 집에서는 너무나 먼 경남. 그러니 당근마켓에서 구하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도착해서 엄청 피곤한데(이사를 한 거나 마찬가지니...) 당근마켓에서 밥솥과 하이라이트를 먼저 구했다. 하이라이트도 1구짜리를 구하려고 했는데, 잠깐 사이에 팔려서 그다음으로 맘에 들었던 2구짜리를 구입하기로 했다. 다행히 배달을 해주신다고 해서 자가격리 중에 잘 받을 수 있었다. 처음 며칠은 남편이 사다 준 도시락과 이마트에서 배달을 시킨 반찬 등을 이용해서 식사를 해결했다. 냄비는 택배는 된다고 해서 며칠 후에 받았다.
슬슬 큰 가전과 가구를 구해서 한꺼번에 수거를 해서 우리 집에 가져오도록 해야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베란다에 냉장고와 세탁기를 놓아야 하는데, 집의 베란다 문이 분리가 안되어 양문형 냉장고와 드럼세탁기를 들여오려면 사다리차도 빌려서 베란다 창문으로 옮겨야 할 판이다. 최소한 13만 원이 더 드니까(러시아 떠나기 전에 사용했던 가격, 내가 기억하고 있는) 차라리 냉장고와 세탁기를 작은 것으로 구해서 그냥 엘리베이터로 간단하게 옮길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그래서 냉장고, 세탁기, 책상 2개, 의자 2개, 전자렌지, 식기세척기, 용달차를 한국 도착한 지 이틀 만에 검색과 연락을 다 끝내고 그 다음날 받기로 했다. 한꺼번에 수거해서 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안 맞거나 가격이 더 저렴한 게 있어도 연락이 안되거나 늦으면 포기했고, 의자의 경우에는 책상을 판매하시는 분이 의자도 그냥 줄 수 있다고 하는 걸 의자를 다 구입한 다음에 그런 의사표시를 해주셔서 할 수 없이 포기했다.(시간이 좀 넉넉했으면 양해를 구하고 의자를 취소했을 텐데, 책상을 수거할 때가 다 돼서 말씀을 하시니 취소를 할 여유도 없었다. 대신, 바퀴가 없는 의자면 받으려고 했는데, 바퀴가 있다고 해서 할 수 없이 포기). 세탁기를 여러 개 가지고 계셨는지 내가 드럼세탁기 문의를 했던 분에게 작은 세탁기를 또 문의하기도 했다.
그래서 냉장고 137L(대충 가슴높이까지 옴) 10만원, 세탁기 6kg 8만 원, 책상은 5만 원과 만 이천 원, 의자는 21000원씩, 전자레인지는 40000원, 식기세척기 5인용 38000원, 용달차는 20만 원 해서 55만 2천 원에 해결을 했다.
이후에도 커튼, 커튼봉, 빨래바구니, 정수기, 로봇청소기, 블루투스 키보드, 빨래건조대, 미니카트 등을 당근마켓을 이용해 구했다.
밥솥 10인용 33000원, 2구 하이라이트 15000원, 냄비2개와 그 외의 그릇 2가지 13000원, 로봇청소기 70000원, 정수기 20000원, 거실 커튼 5000원씩 2개, 빨래 바구니 2000원, 커튼봉 8500원과 무료. 빨래건조대 5000원(다이소에서 파는 것도 5000원인 줄 알았으면 굳이 이거 가지러 버스 타고 안 가도 됐을 텐데...) 블루투스 키보드 13000원, 미니카트 3000원에 구했다. 커튼을 달려면 커튼 고리도 있어야 하고, 커튼봉을 걸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한데, 당근마켓에서 커튼봉을 구입하려고 채팅하다가 그런 것도 다이소에서 다 판다는 것도 알아내었다. 그런데, 나는 360cm의 커튼봉이 필요했는데 이것은 다이소에서 안 팔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