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으로 읽는데, 이 책이 너무 읽기 힘들었다. 읽고 읽고 또 읽어도 어찌나 많이 남았던지... 오늘은 왠지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더니 다 읽었다. 아이구 기분 좋아라... 이거 쓰고 그 다음 책을 빨리 읽어야겠다. 이 책만 거의 한달동안 읽다니... 전자책으로 읽으니까 이 책이 얼마나 두꺼운지 가늠이 안되는데 나중에 주석부분을 보니 790페이지...이렇게 두꺼운 책은 왠만하면 안 읽는데...종이책 판매정보를 보니 844쪽이다. 전자책 판매정보에는 안 나오는 이런 정보는 전자책 살 때 같이 봐야겠다. 예정됐던 국내 체류기간이 다 돼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서도 계속 책만 읽고(물론 잠도 자고) 틈나는 대로 열심히 읽었는데 이모냥이었다.
어쨌든 연령차별주의라는 말이 무척 인상깊었다. 내가 대학생 1~2학년일 때 3~4학년 선배들보고 '노땅'이라고 놀리곤 했었는데 그 '노땅'이 나에게도 금방 오더라. 그래서 무척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후회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선배들을 '노땅'이라고 놀리지 말걸...
노인이 되면 마음은 젊은데, 몸만 변한거다라는 생각을 많이들 한다고 한다.(이 책에도 나와있는 내용이다.) 이런 마음을 나보다 젊은 남들이 몰라줄 때 무척 의기소침해질 수 있는데, 그 때는 그 때의 자기 정체성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는 말도 무척 인상깊었다.
나는 아직 노인 축에 속하지는 않지만 진짜 허리에 번개를 맞은 듯이 허리에 병이 나서 내 몸도 맘대로 못 가누던 때가 생각난다. 물론 지금도 재발할까봐 항상 조심하지만 노인이 되면 어쨌든 내 발로 돌아다닐 수만 있으면, 일상 생활을 어쨌든 영위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나는 무릎도 안 좋아서 그 아픔이 도지지 않게 무척 조심하며 생활하고 있기는 하다. 나이가 더 들면 그 외에도 여기저기 더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신체 부위가 많아질텐데 지금처럼 조심조심하면서라도 살아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노인이 돼서 정말 몸이 다 고장나서 내가 알아서 할 수 있는 게 없고 남에게 의지해야만 하고 보람있는 뭔가를 할 수도 없는 지경이 되면 정말 나도 살기 싫을 것 같다. 그 때를 대비해서 나도 몸이 고장났을 때 이런이런 조치는 하지 말라고 언젠가는 미리 주변 사람에게 말을 해야겠지. 그게 어떤 조치인지는 그 때되면 나도 명확히 알게 되겠지.
그리고 노인의학전문의사를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생각은 안해봤는데 말이다. 아직 부모님께서 일을 하고 계신 상황이라 먼 미래의 일 같긴 한데 머지 않은 미래에 일을 안하게 되실 때가 올 것이고 언젠가는 의사가 필요하실 때가 올 거니까. 나에게도 언젠가 필요할테고...
노인이 돼서 보내는 시간도 무척 많을텐데, 나는 그 때도 내가 뭔가 하고 싶은 게 있긴 할 것 같다. 젊을 때 하고 싶었으나 못해봤던 뭔가에 도전하게 될까, 아니면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될까. 지금도 하고 싶은데 못하고 있는 것들이 머리속으로 휙휙 지나간다. 하여튼 내가 재미있거나 남들에게 의미있는 그런 것들을 하게 되지 않을까.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더 이상 생산적이기 힘드니까 노인의학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덜 가지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노인들이 오래 살게 되면 노인들도 생산적인 어떤 일을 의식적으로 해야만 하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나이 들었을 때 쓸 수 있는 자금을 모으는 데 젊은 날을 보내긴 하지만, 노년의 다른 면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고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옮긴이도 다른 때보다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은 저자가 원저에 써 놓은 용어에 대한 설명을 번역해서 써 놓는, 즉 번역만 하면 됐을텐데 이 책에서는 나름 전문적인 의학용어를 옮긴이가 풀어서 설명하느라 적어놓은 설명이 많아서였다. '고식적'이라는 단어의 뜻를 모르는데 설명이 없어서 찾아봤을 뿐이었다. 책을 쉽게 읽을 수 있게 고생해주신 옮긴이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일단은 다 읽는데 치중을 해서 그냥 읽으면서 생각났던 부분만 적어놨는데, 서평이 참 맘에 안든다. 일단은 내야 해서 적기는 하는데...나중에 다시 읽고 서평을 다시 쓴다면 이렇게 쓰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일단은 다 읽어서 참 마음이 후련하다. 다른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도 기쁘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