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작가가 왜 폭군에 대하여 썼을까...궁금했는데 의문은 마지막에 풀렸다.
읽으면서 자기 말만 옳다하고 내 말은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남편이 생각났다. 폭군 같은 생각이 든다. 나 참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 보통 남자들과 다르게 말이 많은 것이 참 매력적이었는데 알고보니 자기 얘기만 주구장창하는 것이었다. 싸울때면 나는 항상 생기는 불만이 남편이 뭐라고 말하면 나는 거기에 대해 한마디라도 해주는데 남편은 내가 한 말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형식적이나마 대꾸해준 게 결혼한 지 2~3년째였던 것 같다. 그리고는 또 까먹고 또 똑같이 행동하다가 또 똑같은 불만을 토로하곤 한다. 상담 수련을 통해서 상대방의 말을 안 듣던 사람은 참말로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도 힘들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것이 바뀌면 좋겠지만 안 바뀌더라도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기 위해 이것저것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은 남편이 받아들일만한 것만 알게하고 굳이 말할 필요 없는 건 말하지 않고 있다. 남편은 내가 아이들 학교 간 시간에 뭘 하고 지내는지 궁금해하는데 그냥 이것저것 하느냐고 바쁘다고만 한다. 현재 재산은 얼마 없지만 어쨌거나 우리집에서는 돈을 모은다면 내가 해야하니까 말이다.
또 다른 폭군은 바로바로 '나'다. 나는 원래 우뇌보다는 좌뇌가 더 발달해서 어떤 규칙을 시행하더라도 상호간에 약속하고 시행하는 사람이다. 나에게 불리하더라도 약속을 했으면 씁쓸하지만 받아들이는 편이다. 담배는 몸에 나쁜 거니까 남자든 여자든 피면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이 국방의 의무때문에 억울해하는데 입사등에서 국방의 의무를 했다고 남자들이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이 여자들은 억울하니 입사할 때는 군필에 대한 이익을 적용하지 말고 취직이 확정된 후에 호봉에 반영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여자도 아기를 낳으면 좀 더 유리하게 해주던지, 여자도 국방의 의무를 직접적으로 하기 힘들다면 돈을 내라고 하던지...하여간 나름 합리적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렇게 생활했을 때 다른 사람들하고 그럭저럭 잘 지내왔다.
둘째하고도 내방식대로 해서 잘 지내고 있는데 첫째하고는 그게 안되는 거다. 처음에는 나름 합리적인 방식으로 약속을 정해서 했는데, 그러다보니 첫째가 다른 사람이라면 따지지 않을 일도 사사건건 따지고 나는 화만 나는 거다. 자신이 한 일을 기억도 못하고 우긴다. 분명히 지금 이 일을 할 사람은 첫째밖에 없는데 자기가 안했다고 끝까지 우기고 어떤 때는 내가 잘못 들은거고 잘못 생각하는 거란다. 내가 평소에 다른 사람에게 그런 피드백을 들었다면 또 그랬나보다하고 사과를 했겠지만 아직은 내 정신이 그것도 모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둘째도 똑같은 피드백을 줬다면 수긍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 때는 cctv도 심각하게 고려했었다. 내 기억에 의존해서 따지는 것보다는(어차피 첫째와 그 부분부터 서로 인정이 안되니까) 서로가 인정하게 하려면 모든 걸 녹화해뒀다가 확인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비용부담도 부담이지만 내가 이제까지 했던대로 말고 내맘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약속도 안하고 즉흥적으로 불이익을 주곤 했던 것이 어느 정도 효과(행동만 수정됨)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접었다.
이렇게 하기로 결심하기까지 정말 몇년을 고민했고 첫째 키우기 힘들다면서 고민을 너무 많이 했다. 아직 그 정도로 발달할 나이가 아닌데 내가 첫째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힘든가하고 담임선생님께도 문의했을 때 '그 정도는 능히 할 수 있는 나이이다'라는 말을 듣고 얼마나 안심이 되었던지(담임 선생님께서 '참 이상한 학부모네'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제도 내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 지금은 잠시 친정에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 처음엔 친정에 있는 침대에서 잤었는데 일주일만에 내 허리가 또 말썽을 일으킨 거다. 그래서 바닥에서 자기로 했더니 첫째가 나와 같이 자겠다면서 내려왔다. 둘째도 나와 같이 자고 싶었는데 둘째도 같이 잘 정도로 공간이 넓진 않아서 할 수 없이 침대에서 자곤 했고 둘째도 한번은 내려와서 잤었는데 역시나 공간이 너무 좁았다. 그래서 첫째가 바닥에서 자겠다고 먼저 자리를 차지해버리면 양보를 절대 안해주기 때문에 둘째는 할 수 없이 침대에서 자거나 운이 좋게 첫째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해도 나중에 첫째가 그 좁은 자리에 끼어 들어와서 자니까 내가 기상해서 조금 여유가 생길 때까지 서로서로 좁게 자곤 했다.
기껏해야 3주만 있으면 다시 외국으로 가니까 이대로 너만 엄마와 자는 것은 불공평한 거라고 생각하니 둘째가 이제부터 계속 엄마와 같이 자야하지 않겠냐고 첫째에게 얘기했는데 그런 게 어딨냐면서 막무가내인거다. 그래서 약속도 안하고 다른 때보다 더 큰 불이익을 줘버렸다.(어차피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못하니까 설명을 한 번은 해주되 더 이상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다) 첫째는 억울해서 꺼이꺼이 울다 침대에 올라가서 잤고 나는 오늘 아침에 '우리 집에 갈 때까지 침대에서 자면 어제 못한 것을 우리 집에 가서 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첫째에게 말했다. 이건 제안이 아니고 그냥 명령이다. 만약 싫다고 했으면 오늘부터 이익을 모조리 박탈했을 것이다. 다행히 받아들여졌고 잘 이행이 되겠구나 싶었는데...오늘은 둘째에게도 내가 폭군같은 행동을 취했다.
사실 첫째와 둘째가 합의해서 바꿔 자면 첫째에게 불이익을 안 줘도 된다. 둘이서 합의를 하라고 하면 둘째가 양보를 하는 경향이 많아서 보호를 해주느라고 내가 어제 그렇게 무리해서 첫째가 내 뜻대로 움직이도록 겨우 해놨는데 오늘 갑자기 둘째가 침대에서 잔다고 하니 난 좀 억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둘째에게도 불이익을 주겠다고 하니 '그런 게 어딨냐. 억지다'라고 하면서도 그 불이익을 받고 둘째도 침대에서 자고 있다. 아 뭐야~
우리 집 첫째같이 말로 아무리 반복해도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 아이들은 잔소리 하지 말고 미리 약속도 하지 말고 그냥 불이익을 줘버리라고, 그런 행동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주변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도 말하곤 한다. 말로 해결이 안되니까 나도 할 수 없이 폭군처럼 행동하게 된 건데 이건 내 정체성이 아니라서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내가 용납할 수가 없어서 고민의 시간이 참말로 길었다. 지금은 말로 안통하는 아이를 내가 괴롭지 않으면서 키우기 위해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그런 폭군 같은 정체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조금은 편해졌다.
나같이 좀 덜 교육적이어도 좀 편하게 살기위해 그렇게 변한 유형의 폭군은 셰익스피어가 나눠 놓은 분류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