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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 꾸준히 뭔가를 하는 건 정말 위대하다. 그래서인지 어렵다.

백세희, 출판사 흔, 읽은 날짜 11월 17~24일

 

  비자발적 앞뜰 야영 ( https://nanunnahhmoscow.tistory.com/m/119  )을 하느라 읽기 시작한 책. 그 전에는 주식 관련 책만 읽었는데 (엄청 열심히는 아니고 띄엄띄엄) 긴 밤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밀리의 서재를 켜니 추천 도서 목록에 있었고 그 전에 들어본 적도 있는 제목이기도 하고 제목이 재미있으니까 읽어봤다. 아마 그 밤에 반 정도는 읽었던 것 같다. 시간을 정해놓고 책을 읽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됐지만 그 전에는 '책을 읽어야지' 생각만 하던 때다.

 

  데일리 리포트를 10월 17일부터 쓰기 시작했는데 시간을 아껴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쓰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든 거다. 이걸 손으로 쓰기 전에는 블로그에 올릴 목적으로 앱에다 써서 올리곤 했는데 쓰다보니 거의 유튜브를 본 내용을 자세히 쓰는 데 집중하게 됐다. 그걸 쓰느라 시간도 참 많이 쓰게 됐다. 구글 광고 배너를 승인받을 목적으로 했던 건데 승인이 안나고 나서 의욕이 떨어져서 안 쓰게 된 것 같다.

 

  거의 몇 개월을 데일리 리포트는 안 썼지만 뭔가를 열심히 하면서 지냈는데 직접 손으로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데일리리포트를 쓰기 시작한 건데 한달쯤 지난 다음부터 '하기싫음 병'에 걸린 것 같았다. 내 생각엔 열심히 1600g(이것도 여러 번 해보면서 얻었던 결과를 처음 시도해 본 날이었다)의 쌀로 쌀가루를 만들어서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는 시간 내내 백설기를 완성하고 난 다음이었던 것 같다. 약간의 허무함이 밀려오면서 야채 손질도 빨리빨리 해야하는데 냅두고 나중에 힘이 좀 났을 때 하니까 버리는 게 반 이상이 되는 상황. 그 전에 이런 적이 없어서 내가 왜 이럴까 원인을 찾아봤는데 원인인지는 모르겠고 그 이유라고 생각되는 것 중에 하나가 데일리리포트를 써도 '상'이라고 쓰는 때가 별로 없는 거였다. 꾸준히 쓰는 게 일단 중요할 것 같아서 평가는 안 써도 시간 쓰고 한 일 대충 쓰고, 안 쓴 날 있으면 이틀 전거라도  일단 대충 써놓고 그러고 있었다.

 

  그러다가 데일리리포트에 데일리리포트를 쓰는 시간을 정해놓기 시작했고(아직은 하루 두번)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머리속에만 있던 것들을 데일리리포트에 시간을 정해서 몇가지 하기 시작하면서 약간 활력을 찾았다. '상'이라고 쓰는 것도 몇 가지 생겼다. 아직은 '상'의 기준은 '계획한 것을 계획한 시간에 잘 해서 무척 만족스러울 때'인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아직도 데일리리포트를 쓸 때 모든 시간을 보람있게 보내도록 계획을 짜진 못해서 뭘 해야할지 딱히 떠오르지 않으면 계획을 쓸 때 '책읽기'라고 쓰고 지키지도 않으면서 죄책감은 안 느끼고 반성도 안하는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그렇다고 '멍때리기'라고 쓸 수는 없으니까). 앞으로는 그 시간에 글쓰기 시간도 일단 써놓고 뭐라도 써야할 것 같다. '블로그에 글 쓸 때 써야지'하면서 찍어놓은 사진도 많은데 사용 안 한 사진도 많고 폰으로 쓰다가 사진이 빨리빨리 안 올라가서 지쳐서 쓰다 만 글도 있고 하니 그런 거라도 완성을 해 놔야겠다. 

 

  저자도 절박한 목표가 있어서였겠지만, 나도 상담공부를 해 본 사람으로써 한 시간짜리 녹음파일을 녹취하려면 시간이 엄청 드는 걸 알고 있다.(6시간 매달려야 했다. 그니까 10분 푸는 데 한 시간 ㄷㄷ) 물론 입장이 달라 나는 거의 정확하게 녹취를 해야하는 입장이었고 저자는 꼭 그럴 필요가 없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했던 게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녹취를 나는 꾸준하게 할 필요가 없었지만 그것보다 시간도 많이 안 드는 데일리리포트 쓰기도 힘들어서 한동안 생활 전체가 힘들었으니...

 

  이런 일을 겪기 전에 서평을 썼다면 아마 서평의 내용이 달랐겠지. 아마도 죽고 싶을 때도 떡볶이는 먹고 싶은 그 마음이 나의 아이들 같이 어렸을 때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나'라면 이해가 안 갔을 거지만 지금은 이해한다고.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모성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닌데, 직접 아이를 낳아 본 어른들에게도 들어본 적이 없는, 책에서도 읽어본 적이 없는(내가 모르는 언어로는 어딘가 나와있는 내용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아이를 직접 낳아보고 나서 처음 들었던 생각에 대한 혼란스러움, 직접 겪어보고 또래의 여자들과 그런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 같은 경우가 많고 그러면서 '나는 모성애가 안 생겨, 나는 나쁜 사람인가봐' 라고 안가져도 되는 죄책감을 가지게 만들었던 사회에 대해 비판(?)까지는 모르겠고, 하여튼 다양한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는 건데 그 생각을 펼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에 대해서 뭐라고 한마디 하는 그런 내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 사람들의 심리를 파악해서 소설의 내용을 이어가는 것이나 앞부분만 보면 앞으로 새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훤히 보인다는 사람들을 신기해하면서 상담공부를 통해서야 겨우 사람들은 충분히 그런 생각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심리를 알지 못하는 '심알못'이었던 사람으로서 상담공부를 하면서 느꼈던 신기함이나 공감능력이 참 많이 부족해서, 아니면 내가 마음 따뜻한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는 능력이 부족해서 상담으로 소득을 얻고 있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을 이렇게 키우며 나도 돌봐가면 살아갈 수 있게 해준 상담공부에 대한 내용을 썼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도 남는게 없더라, 그 이유는 기록을 안했기 때문이더라'라는 말을 듣고 지난날 나도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사람이었는데, 어느날부터 책을 안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나름 모범생이라 선생님이 책 읽는 게 좋다니까 어릴 때부터 시작해서 직장을 잡고 5년쯤까지도 대충 20년을 책을 들고 다녔던 것 같다. 물론 열심히 읽기도 했고. 책 읽는 게 재미가 없어졌던 것은 아닌데, 가방 무겁게 책을 들고 다녔던 것에 대해 어느 날 갑자기 허무함을 느꼈던 모양이다. 읽기는 하는데 기록을 안했기 때문인 걸까... 학교에서는 책을 읽는 게 좋다고만 했지, 적어야 한다고는 얘기를 안해서 적는 게 버릇이 안돼서 적는 게 힘들어서 그랬던 걸까.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사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하고 있다. 급여가 우리나라 최저 시급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라 그야말로 자원봉사자의 마음을 가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인데, 어릴 때부터 도서관을 뻔질나게 다니면서 한 때 사서가 꿈이었던, 그래서 꿈이 실현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도, 급여가 너무 적어서 나도 지원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사서 선생님은 책을 세 권 읽으면 학습만화를 읽을 수 있는 쿠폰을 주셔서 학부모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만약 내 생각이 바뀌어서 사서를 지원하게 된다면 읽은 책에 대해서 뭔가를 써서 내면 모아서 책으로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 가르쳐야지 사서가 그런 걸 해줘서 뭐하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생각 좀 더 해봐야겠다.

 

  뭔가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건 돈 공부를 시작한 지난 5월부터다. 책을 써야되겠다는 생각도, 온라인으로 돈을 벌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돈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다.(저자도 물론 글 쓰는 사람이긴 했지만 꾸준히 기록한 것으로 책을 내지 않았나!!!) 체인지 그라운드에서 실력에 대해서 얘기를 자주 하는데 빠른 시간에 일을 처리하는 것도 엄청 중요하다는 것을 내 마음에서 진정으로 깨닫게 된 것도 하기싫음 병에 걸리고 조금 회복되면서 든 생각이니 얼마 안됐다. 그래서 그 전에는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하던 일을 빠른 시간에 끝내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다. 이런 생각이나 깨달음들이 특히 나같이 실천이 느리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 그것들에 대해서 꾸준히 공부를 하던지 쓰던지 읽던지 하다보면 나올 수 있는 결론일 것이다. 기록을 안했으면 내가 왜 이러는지에 대해서 아직도 생각만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 영어공부하면서 알게 된 'Slow and steady wins the race' 를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계획을 한 줄이라도 더 보람차게 세우러 가야겠다.